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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4-18 19:00
20160418 조선비즈 [한젬마의 미술포차] 너도 나도 붓질, 벽화 공해에서 벗어나는 법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710  

아티스트 ETAM CRU가 2011년 폴란드에 그린 벽화
 
 
 
"재능 기부와 일시적 이벤트로 전락한 공공의 벽, 벽화 공해 심각”
“지역 스토리텔링 살린 예술가의 진정성 있는 작업 절실"

 
한국은 세상에서 벽화 골목이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시작은 2007년 개발 명분 아래 마을 일대를 재정비할 계획이었던 통영 동피랑 마을 골목에서부터였다. 철거 위기의 이 마을이 벽화 골목으로 탈바꿈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뉴스 덕에 사람이 모이면서 동피랑 마을은 물론 통영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관광 도시가 되었다. 지금도 통영 동피랑 골목에선 사람들이 셀카 촬영이 한창이다.

이후 전국엔 벽화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각 지역 자치구들은 저마다 골목을 선택해서, ‘벽화 사업’을 시작했다. 이제는 한국 곳곳은 골목마다 비슷비슷한 수준의 벽화들이 넘쳐난다. 오히려 그림 없는 벽이 아름답다는 볼멘소리도 함께 쌓여가기 시작했다.

나도 한때 수차례 벽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우리 지역의 골목에 그림 좀 그려주세요.”
“ 저희가 지원할 테니 저의 기업명, 기관명으로 벽화 지원 사업을 추진해 주세요.”
“ 재능기부 좀 해주세요. 지역주민들을 위한 좋은 일이잖아요.”

전국의 벽화 현장에서 아티스트들은 순진한 맘으로 붓을 들고 앞장섰다.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벽화에 대해서는 왜 그리도 너그러운지 누구나 두려움 없이 붓을 잡는다. 엄마 아빠 손에 이끌린 아이들도, 기업 봉사단의 회사원들도, 지역 주민들도 붓을 잡고 벽에 맘껏 휘둘렀다.

◆예술가에게는 작업실의 캔버스보다 부담스런 공공의 벽

우리 이웃들에게 벽은 “나도 예술가”, “ 우리도 벽화골목”을 위한 후한 그림 연습실에 다름 아니었다.
벽화봉사를 하고 싶다는 학생과 기관들이 넘친다. 재미있을 것 같고, 체험해보고 싶고, 뉴스 효과도 좋고 예산 대비 입소문이 많이 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한민국 벽들은 그렇게 연습용과 봉사용으로 전용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예술가들은 본인의 작품을 절대 거리에 혹은 직사광선에 장기간 노출한 채로 전시하지 않는다. 비바람은 물론이요 자외선으로 인한 작품 훼손 때문이다. 외부 작업을 할 때는 고려할 사항이 많다. 작품의 안전, 장기 보존에 대한 신중한 대비가 우선한다. 벽화는 나름의 기법이 있으며 벽화 전용 물감도 따로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스트리트 아트
캐나다 토론토의 스트리트 아트
예로부터 한국의 전통 벽화는 단청 안료(광물질 사용)로 변질을 막는 섬세한 재료의 고민이 있었다. 유럽의 르네상스 시기에 번창했던 프레스코 벽화는 벽에 색을 머금게 하는 영구성을 높인 기법을 따로 고안했다. 사실상 대단한 시간과 고된 노동력을 요할 뿐 아니라, 작품의 주제 또한 공공의 책임감을 담아야 하는 것이 벽화다.

반면 우리는 벽화 작업에 제대로된 시간과 비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벽화를 가르치는 학과조차 없으며, 즉흥적인 수요에 부응한 인테리어 벽화 업체만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예산 초스피드 업체가 기회를 따낸다. 벽화는 어느새 뉴스용, 이벤트용으로 소비 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그 많은 예술가, 작품성을 인정받는 한국의 대표 미술가들은 왜 벽화를 그리지 않는 것일까? 공공조각품의 경우 물론 그 제작비와 제작 기간을 반영한 작품성 포함으로 수 억원을 호가하지만, 최근 벽화 작업에 단 몇 천만 원도 지불하는 곳을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좋은 예술가들을 불러서 저예산 속성 벽화를 요구하는 현실은 예술을 탄생시키기 어렵다.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켜줄 벽이라는 공공의 캔버스를 우리는 너무 손쉬운 미술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삼 되돌아볼 일이다.

◆길거리라고 얕보지 마라, 예술도 연습이 필요하다

자외선을 견디지 못하는 물감, 디테일을 포기한 붓, 작가 이름조차 필요하지 않은 수많은 그림들로 가득한 골목은 진정한 아름다움과 멀어지고 있다. 기업이 이벤트용으로 그린 값싼 벽화는 기간을 설정하고 원상복귀를 전제로 해야 한다. 아니면 애초에 문화적인 마인드가 있는 기업을 선택하고, 장기 보존을 위한 재료를 사용하는 등 관리 사항을 포함시켜야 한다.

나는 훌륭한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명품 벽화, 혼을 뒤흔들어줄 그림 골목을 걷고 싶다.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고민해서 탄생한 스토리텔링, 그것이 그림으로 표현된 수준 높은 벽화가 가득한 골목길은 없을까.

골목의 정체성은 지역 주민과의 소통에서 나올 것이다. 지역 주민과의 소통이 반드시 그들이 붓을 쥐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 주민의 희망과 바램이 그림으로 창작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그 참여가 예술 활동의 시작이다.

예술도 연습이 필요하다. 봉사도 훈련과 자격이 필요하다. 길거리라고 얕보지 마라. 공공의 장소에 예술이 채워지도록, 예술의 자리를 예술가에게 내어주자. 훌륭한 예술이 자리매김하도록 눈높이를 높이고 요구하자. 그것이 우리 삶의 질을 올리는 방법이다. 결국 고스란히 그 골목은 우리의 삶이요 더불어 나누고 지켜갈 우리의 미래니까.

[한젬마의 미술포차] 너도 나도 붓질, 벽화 공해에서 벗어나는 법
◆화가 한젬마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EBS 우리 미술 바로보기(1999), MBC 문화사색(2007) 등 다수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림 읽어주는 여자’라는 별칭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현재는 ‘인터미디언’이라는 타이틀로 작가와 기업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못이나 경첩 등을 소재로 ‘연결하는 인간’이라는 작가적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탐구 중이다. 호서대학교 문화기획과 전임교수이며, 코트라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도 활동 하고 있다. 저서로 ‘그림 읽어주는 여자’, ‘그림 엄마’ 등이 있다.
 
기사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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