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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4-29 23:02
2016 여성조선5월호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80  

ISSUE
한 걸음 앞에서, 한젬마
'매니 미니 미피' 전시 5월 오픈 
 
글/임언영 기자
 
이달 아틀리에 인터뷰는 ‘인터뷰이’ 한젬마의 시나리오와 연출로 진행됐다. 삼성동 한 제약회사의 사옥에 본인의 설치작품이 있으니 그곳에서 만나 1차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다음으로 이태원 본인의 작업실로 넘어와서 2차 촬영과 인터뷰를 나누자는 것이 디렉터 한젬마의 제안. 그동안 ‘한젬마’라는 이름에서 파생된 다양한 타이틀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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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요청과 고사 끝에 이루어진 인터뷰 자리다. KOTR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호서대 교수로서 보내는 일정이 빠듯하게 돌아가고 있는 데다, 작업실이 어수선해서 공개가 부담스럽다고도 했다. 당장 보여줄 작업이 많지 않은 것도 이유라면 이유였다.
“최근에는 인터뷰가 낯설기도 했어요. 한창 여기저기 활동할 때는 모든 것이 재미있었는데, 이제는 그게 무엇이든 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녀의 마음을 돌린 것은 5월에 있을 <매니 미니 미피(Many Mini Miffy)> 전시 덕분이다. 몇 년 전 소통을 주제로 그녀가 콜라보 작품을 내놓고 동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두 번째 전시에 또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이제 막 전시에 들어갈 작업을 끝내서 홀가분한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2015년 <못 나눌 이야기> 이후 오랜만에 작가로 참여하는 전시라서 소개를 해도 괜찮겠다는 스스로의 당위성도 생겼단다.

인터뷰를 하기로 마음먹은 다음 그녀는 프로페셔널이 됐다. 기자에게 적극적으로 촬영 콘셉트를 제안하는 한편, 여러 아이디어를 준비했다. 디렉터로서의 역량을 발휘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본인의 못 설치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삼성동 대웅제약과 이태원 작업실에서의 촬영이 준비됐다. 대웅제약 사옥 앞에는 그녀의 대표적인 못 시리즈의 설치작품과 벽화작품, 그리고 야외 테이블 등이 있었다.
통통 튀는 단발머리의 그림 읽어주던 여자는 긴 생머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문화기획과 교수의 모습으로 약속시간에 꼭 맞춰 나타났다. 한창 대중에게 많이 노출될 때의 그 모습은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지고, 흐른 시간만큼의 내공과 연륜이 느껴지는 작가가 되어 있었다. 화사한 연둣빛 원피스에는 본인의 못 시리즈 디자인이 새겨져 있었다.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야죠.(웃음) 제가 설치미술가니 직접 보시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시는 데 좋을 것 같아서 떠올린 아이디어예요.”
덕분에 그녀는 본인의 작품을 오랜만에 확인하는 시간을, 기자 일행은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상 속에 스며들어 간 예술작품은 회사라는 공간과도 잘 어울렸다. 곳곳에 자리한 못 시리즈로 된 벤치에 직원들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봄 햇살과 어울리는 촬영을 끝내고 이태원 아틀리에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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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은 한젬마 작업의 메인 주제다. 못을 연결시켜 사람 형태로 완성시킨 못 사람은 다양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부활, 희생 등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못의 의미는 여전히 새로움이다.


유럽 시골마을 작은 성당을 닮은 작업실
이태원시장 좁은 비탈길 골목을 올라가면 붉은 벽돌로 된 3층짜리 단독주택이 나온다. 주변 건물과 잘 어우러져 튀지 않는 그 건물이 한젬마의 아틀리에다. 2012년 KOTR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면서 순식간에 개인적인 시간이 적어졌는데, 당시 그녀에게는 손이 많이 가는 아이도 있었다. 집과 가까운 곳이 필요해서 마련한 공간이 이곳이다. 1층은 갤러리의 역할을 한다. 못 시리즈를 비롯한 작품들이 정갈하게 마련되어 있다. 2층은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는 공간이며, 3층은 그야말로 그녀 개인적인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 바닥에 깔린 타일, 커다란 원목으로 된 문, 천장의 샹들리에, 그리고 조용히 서 있는 성모상이 동시에 눈에 들어온다. 예술가의 아틀리에가 아니라 시골의 작은 성당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하자 정확하게 봤다는 그녀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의 이름 젬마는 세례명이다.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다. 굉장히 오랫동안 종교에 냉담한 시간을 보내다가 2007년경 신앙심을 찾았단다. 최근 그녀는 대표 주제인 못 작업에 십자가를 적용하는 시도를 하면서 본인의 종교를 예술로 승화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유럽 작은 마을의 성당에 들어온 기분이에요. 
작업실에 쓴 벽돌은 명동성당에서 쓴 벽돌이에요. 벽돌을 타일처럼 깎아서 만들었어요. 제 작품과 작업의 이미지에 맞게 꾸몄죠. 나무, 손잡이, 타일도 작업에 맞게 꾸몄어요. 비싸고 화려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이 들어가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저는 싹 뜯어고치는 것은 안 좋아해요. 있는 상황에서, 주어진 환경에서 작업해요. 건설사 아트디렉터로 활동할 때도 주어진 여건 안에서, 이곳의 원래 정신이 무엇인지 분석하는 작업을 먼저 하는 편이에요. 

손에 꼽을 정도로 잘 갖춰진 작업실이에요. 
열심히 정리했죠.(웃음) 1층엔 작품들이 있어요. 제가 거울을 좋아해서 벽에 거울을 활용했고, 손님들이 오시면 주로 이곳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놀기도 해요. 제 작품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의 작품도 곳곳에 있어요. 2층은 좀 더 프라이빗해요. 작업은 2층에서 주로 이루어져요. 딸이 와서 놀기도 하고요. 지금 올라가시면 5월 전시에 선보일 작품을 보실 수 있어요. 

종교와 밀접한 삶을 살고 계시는군요.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에요. 신앙을 받아들이고, 내가 한 것이 아니라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데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것이죠. 못 작업이 제겐 그런 경우예요. 신앙을 찾으면서부터 새로운 메시지를 찾고 또 찾게 되었어요. 

어떤 메시지가 있던가요. 
사실 성숙하게 십자가 작업을 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못 사람과 목걸이의 포즈가 십자가 형태로 있어요. 부활, 희생의 메시지를 찾았죠. 이번에 전시작업을 하면서도 못 작업을 어떻게 (작품에) 녹일까 하다가, 십자가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이 커다란 미피 말씀이시죠? 벌써 이렇게 완벽하게 세팅을 해두셨네요. 
네. 아직 미공개 작품인데 제일 먼저 보셨어요.(웃음) 5월 초 롯데백화점에서 <미피> 전시를 해요. 두 번째 작업인데요. 지난번에는 지퍼로 소통을 이야기했고, 이번에는 십자가 시리즈를 활용했어요. 신앙심이 없는 사람들도 십자가는 예뻐하잖아요. 미피의 몸에 못 사람과 십자가를 같이 넣으니까 십자가를 더 많이 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십자가로만 하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박스테이프나 컵 같은 상품으로 나온 적은 있지만요. 

작가님 작품에서 못 이야기가 빠질 수 없죠. 
제 작업의 메인 주제예요. 여전히 과정에 있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요. 단순한 못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저도 놀랄 정도로 무궁무진해요. 자기가 박혀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부활의 메시지도 있고. 저도 상상하지 못했던 이미지가 튀어나오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평생 풀어갈 숙제이기도 하겠죠.

‘오전에 캔버스 작업을 해서 행복했다’는 혼잣말을 하셨어요. 오랜만에 전시를 앞두고 행복하시죠. 
너무 좋죠. 작업을 하는 것은 행복해요. 작년에 <못 나눌 이야기>라는 전시를 했어요. 그 전시가 저에게 의미가 있었죠. 느닷없이 일이 벌어졌는데, 전시를 못 할 이유가 더 많았는데 희한하게 사람들이 모여서,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그때 제가 느낀 것이 전시를 못 하는 것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거예요. 제 종교와도 같은 맥락의 생각이긴 한데, 내가 마음먹어서 하는 것보다는 때가 되면 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작업을 할 때도 행복할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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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수
그녀는 ‘그림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색다른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다. 미술을 전공한 젊은 여성이 방송에 나와서 진행을 하고, 본인의 이름으로 책도 출판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대중에 노출된 만큼 관심을 받은 시절이 지났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직함이 그녀에게 생겼다. 호서대 문화기획과 교수를 하면서 KOTR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KOTR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죠. 
제 사고방식을 높게 봐주셨어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문화예술을 접목시키는 실험 연구를 하고, 이걸 선보이는 형식으로 간다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정체성도 확고하고 당위성도 있고, KOTRA만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직함을 받아들였어요. 그랬더니 일이 시작됐죠. 제가 제안한 것을 수용했다는 점에 감사했어요. 제가 잘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제가 쓰일 때라서 한 것 같아요. 

KOTRA 일에 남다른 사명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결정된 다음에는 죽는 줄 알았죠.(웃음)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어요. 새로운 커리어를 쌓으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예술과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봤어요. 오늘 소식을 들었는데요. 2012년 저와 함께 시작된 아트콜라보가 작년부터 정식 사업부서가 됐거든요. 경영평가에서 베스트 프랙티스로 선정됐대요. 일이 완전히 커졌지만 보람이 있죠. 예술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예술이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요. 
예술은 더 이상 감상과 사치가 아니에요. 저는 미술로 사는 사람이잖아요. 그게 나에겐 전부이고 온 우주인데, 세상 전체를 보면 미술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아요. 가난하고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미술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 슬펐어요. ‘배고프고 아픈 사람에게 무슨 미술이야?’라는 말 앞에서 의기소침했어요. 제 꿈이 미술봉사였는데요, 희망을 가졌던 것이 지역 회생이에요. 미술이 마을이나 지역, 도시에 침투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봐요.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KOTRA 일을 하면서 더욱 확신이 생겼어요. 예술은 기업과 같이 가는 것이에요. 예전의 벽화는 함성이었지만 지금의 벽화는 장식이에요. 생명이나 파워의 벽화 시대는 끝났고, 복잡하고 다원화의 시대로 들어갔어요. 예술과 경제는 굉장히 이질적인 것이에요. 창조는 이질적인 결합 안에서 나오는 것이고, 어쩌면 한 덩어리 안에 있었던 것들이 20세기에 와서는 분업화, 전문화가 되다가 지금 다시 통합과 융합의 시대가 됐어요. 경제성장에 있어 예술에 기호가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트콜라보 사업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신진 아티스트에게 중소기업 아트디렉터로서 콜라보 작업을 하게 해서 제품, 혹은 기업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거예요. 아티스트의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고 놀라운 경우가 많거든요.

호서대 문화기획과 교수도 가볍지 않은 직함인데요. 
사실 학교생활이 가장 메인이에요. 2014년부터 강의를 하고 있는데, 문화기획과는 호서대에만 있어요. 그래서 더욱 과에 대한 자부심이 있죠. 전시를 베이스로 하지만 폭 넓은 전공이에요. 저 역시 전시를 베이스로 하지만 방송이나 출판 등등 오지랖 넓게,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잖아요.(웃음) 멀티융합이 되어야 하는 전공이라 제 커리어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이것저것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던 저도 “도대체 정체가 뭐예요? 뭐 하시는 분이에요?”라는 질문에 시달리던 때가 있었거든요. 요즘은 시대가 빨리 변해서 멀티플레이어, 협업하는 멀티적인 인재가 성장하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어떤 내용을 가르치시나요. 
주로 독려해줘요. 방대하거나 모호한 전공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그럴수록 새로운 것을 즐기고 도전할 것이 많이 있는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해요. 제 삶을 다 싣고 이야기를 해주니 교감이 잘되는 것 같아요. 학생들도 “저 여자는 그렇게 사는 여자구나” 하면서 잘 들어주는 것 같고요.(웃음)

그러고 보면 한국사회, 제도권 안에서 새로움을 찾아가시는 것 같아요. 
누군가 저에게 정체가 뭔지 물으면 아프고 속상하지만, 또 제가 긍정적이에요.(웃음) 거기에서 또 배워야 할 것, 챙겨야 할 것을 봤던 것 같아요. 예술가로서 고독할 때도 있었겠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툭툭 털고 일상으로 복귀가 가능하고요. 아까도 말씀드렸던 예술가의 촉이 발휘해서 새로운 것이 눈에 보이기도 하죠.(웃음) 

그럼 예술가 한젬마는 덜 고독한 사람이다? 
저에게 고독은 소중해요. 작업을 하려면, 고독 없이는 할 수 없으니까요. 고독에 대한 뉘앙스가 예술가에게는 조금 달라요. 힘드냐, 괴로우냐, 고통스러우냐, 피하고 싶으냐, 그런 것은 아니에요. 일반인과 다른 지점이죠. 내 안에서 뭔가를 끄집어내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저는 그 시간을 만들어내려고 애를 써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드시나요? 
철저히 자기 혼자만의 시간을 이야기한다고 치면, 최근에는 새벽 시간을 쓰기 시작했어요. 제가 하는 일이 평균적으로 9시가 되면 시작되거든요. 내가 나에게 충실한, 주도적으로 리드하는 일상을 만들기 위해서 새벽 4시에는 일어나요. 제가 완전히 야행성 인간이었는데, 작년부터 완벽하게 새벽형 인간이 됐어요. 새벽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서 그렇게 움직여요. 시간에 대한 틀은 이렇게 저렇게 잡아가는 중이에요. 요즘은 기도하는 것부터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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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의 선물, 연륜
인터뷰를 나누는 중 연륜, 나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다. 누구나 그렇듯, 그녀 역시 나이에 숫자가 늘어나면서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전체를 볼 수 있는 눈도 생겼다. 

사진 촬영부터 지금까지, 나이라는 말을 자주 하십니다. 나이를 의식하시나요? 
그렇진 않아요. 저는 지금이 좋아요.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쌓여가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이런저런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잖아요. 분명히 어린 사람들이 못 하는 것이 있고 나이가 주는 힘이 있어요. 제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았어요.(웃음) 젊어서 한 수많은 경험이 지금의 여유와 내공이 된 것 같아요. 욕을 바가지로 먹던 때도 있었고, 이상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웃음) 그런데 그런 것들이 도리어 자양분이 됐어요. 젊은 사람들을 만나면 더 치열하라고 말해줘요. 그게 결국 다 자산이 되거든요. 

젊은 사람들은 그걸 지긋지긋함으로 받아들이죠. 
성격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무궁무진해서 좋아요. 제가 일을 참 좋아하는데, 일이 많은 나라라서 좋거든요. 독특한 우리나라의 정체성이란 게 있잖아요. 저는 죽는 날까지 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일을 안 하려는 순간, 행복하다기보다는 인간이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10년 전에는 은퇴하고 귀농하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없어졌잖아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일을 하고 싶어 하고요. 한 걸음 앞서 보면 덜 지긋지긋해요.(웃음)

한 걸음 앞서서 보는 것은 아티스트의 촉이라고 해석하면 될까요? 
없진 않은 것 같아요. 남편에게도 인정을 받았는데요. “당신은 이론은 없는데 하는 말을 들어보면 어떻게 다 맞아”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아틀리에 2층에 자리를 잡고 시작된 그녀와의 인터뷰는 3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와 기업과 아트콜라보, 독일생활에서 배우게 된 원칙, 한국사회에서 여성 리더가 갖는 고민, 그리고 엄마로서의 진지한 고민과 태도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주제를 가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한정된 지면이라 모두 옮기진 못하지만, 그 이야기의 커다란 축과 느낌은 하나다. 그 모든 이야기가 모인 한젬마라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 작품과 인생에 열정을 가진 아티스트라는 것, 그리고 신앙 앞에 진실하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나눈 긴 인터뷰는 공개하지 않겠다던 3층 프라이빗한 공간의 문을 열게 했다. 진한 향기가 훅 묻어나는 나는 그 정갈하고 작은 공간이 그녀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 모두가 진짜라는 것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기사출처) 여성조선 임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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