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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5-11 16:52
내게 허락될 버킷리스트를 담기위하여
 글쓴이 : 한젬마
조회 : 1,407  


버킷리스트라는 단어가 ‘Kick the Bucket’

중세시대에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차 버리는 행위에서 유래되었다고하니 그 어원을 떠올리고 죽음을 떠올리며 죽기전 내가 꼭 하고 싶은 절실함을 담아 떠올려보고자한다.

‘오늘이 마지막인것 처럼’

이것은 내가 늘 가슴에 품고 종종 떠올리는 글귀다.

그처럼 죽음에 대한 생각을 게을리 하지 않는 나에게 그것을 떠올릴 때마다 나를 조급하게 하는 절실하고 무거운 과제가 있다.

‘내 주변정리를 하고 싶다!’

내가 만약 곧 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는 최대한 증거소멸과 주변정리 작전에 몰입할 듯하다. 남겨두어 부끄러울 것들.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 처리와 또 버리지 못하고 욕심으로 쟁겨두고 있는 것들을 주변에 나누고 분배하고자 할 것이며, 나로 인해 독을 품거나 화를 품고 있을 법한 충분히 내가 알면서 무시하고 있는 인간관계의 화해와 회복을 서두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늘 되내이는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자’와 달리, 매일 밤 오늘이 마지막이면 안되는 이유를 가득 품고 내일을 믿는다.

내가 아직 정리할 것이 너무 많으니까. 오늘도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을 벌렸으니까.

누구보다 많은 일들을 기획이고 창작이랍시고 벌리고 만들고 계속 축적 쌓아가고 있으니, 나는 내 인생이 늘 무겁고 부담스럽다.

그래서 늘 오늘은 마지막이면 안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미술을 전공하고 게다가 설치미술가로서 활동을 하게 되면서 온갖 재료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고, 또 오다가다 남들이 버린 것도 재활용과 창작의 소재가 될듯하여 줍고 구하고 모으다보니, 오만가지 작업 공구와 도구들을 포함하여, 팔리지 않은 많은 작품들까지 내 삶이 차지한 면적과 총 무게가 엄청나다.

게다가 최근엔 문화기획과 교수가 되어 더욱 ‘기획’에 박차를 가하다보니 벌리는게 일이고 업이고 미래가 된듯하며 점점 삶은 무게를 더해가는 듯하다.

인생이 창작인지 발산인지 배설인지가 조심스럽기만 하여, 이처럼 버킷리스트 작성기회는 하늘이 내린 해독제이며 소화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는 지금 버킷리스트를 더 작성해선 안된다. 최대한 있는 리스트도 정리해야한다!

업이 죽을 때까지 벌리고 기획과 창작을 해야하는 사람이다보니 되려 절제와 통제가 절실하다.

벌리는게 많다보니 최대한 동선과 공간만큼은 분산시키지 않고 하나로 통합시키고 싶어했고 그래서 나의 꿈은 집, 작업실, 사무실이 함께 있는 것이었는데 ... 서울 땅에서 그것은 지나친 사치임을 알았고, 집근처로 작업실 겸 사무실을 가까이 두어 거리를 좁혔고, 최근 사방에 흩어져있던 짐들(창고의 작품, 주변 지인들에게 맡겨 좋았던 짐들)을 집결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 통합은 현재로서는 그저 쌓아모아두었슴에 가깝다. 산재된 원고들을 모아둔 원고조각박스들처럼.

그리고 과연 쓸 수 있는 것들인지 그 소용이 의심스러운 조각들도 많아 보인다. 분류 정리하여 어떻게 꿰어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싶다.

버릴 것은 버리고, 또 소용있는 것들은 과연 어떻게 정의내려 이 세상에 의미로 담아 낼 수 있을지 숙성해보고 싶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정리분류의 틀을 가지고 채움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그 채움이 나의 버킷리스트이길 희망한다.

벌리는 일들이 정리된 시스템안에서 진행된다면 내 비록 내일 죽어도 어제가 무엇을 위한 과정이었는지 내 후대가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의 삶과 터전이 그대로 이어져 의미와 뜻으로 연결되어 나아갈 수 있고 나의 작업들은 나눔으로 남게 되지 않을런지.

내가 지금 쓰는 공간과 작업들이 내가 빌려 쓰고 있는 역사의 조각 중에 의미를 가지며 릴레이로 후대가 이어가고 공유하는데 기꺼울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그래서 난 정리가 시급하다. 그리고 그 안으로 채워질 버킷 리스트를 소중히 맞아들이고 싶다.

내가 목표하고 의도하여 성취한 것보다 살아가면서 나에게 주어졌던 기회들이 내 상상을 넘어서 주어졌던 기회가 많았었슴을 알기에 나는 내게 주어지는 기회를 맞아들일 정리와 비움의 환경 조성에 매진하고 싶다.

내게 주어질 버킷리스트는 채워질 것을 믿기에.




    -----------------조선 뉴스 프레스에 기고 글입니다.(릴레이로 진행되는 본코너는 저는 송승환대표님으로부터 릴레이 바톤을 이어받았고, 저는 개그맨겸 가수 이동우님에게 바톤을 넘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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