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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3-04 09:13
20160302 조선비즈 [한젬마의 미술포차] 단색화, 그 끝없는 정진의 침묵이 터지다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17  

“단색화, 가득찬 고백의 단순한 파괴력”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김환기, 김창렬, 박서보, 하종현, 김춘수 등 한국의 단색화가들”
 
 웨딩스레스는 흰색이지만 참으로 수많은 스타일이 존재한다. 여태껏 결혼식을 다니면서 단 한 번도 같은 드레스를 본 적이 없다. 똑같은 흰색 같아도 제각각 다르고 아름답다. 색을 배재하고도 그 배리에이션이 이토록 다양하다니 놀랍다.

파티 문화가 일반화되면서 크고 작은 행사에 자연스럽게 드레스를 갖춰 입는 여성들도 많아졌다. 더 날씬해 보인다는 이점 덕에 검정 드레스를 입는 여성들이 많이 눈에 띈다. 샤넬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리틀 블랙 드레스가 시대를 초월해서 사랑을 받는 것처럼, 평범한 검정 드레스의 매력도 무궁무진하다.

흰색과 검은 색 드레스가 지닌 고혹적이고 우아한 메시지는 앞으로도 영원히 반복될 듯하다. 세상에 수많은 드레스가 존재하지만, 드레스는 단색일 때 가장 아름답고 파워풀하다. 한 가지 색상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선, 질감, 디자인이 드레스를 가장 드레스답게 만든다. 고요한 강렬함이랄까. 개인적으로 컬러가 들어간 드레스를 고르라면 강렬한 붉은 색 드레스가 1순위다.

요즘 한국미술을 단색화로 지칭하곤 한다. 세계 무대에서 현대 한국 미술의 특징은 단색화로 통한다. 단색화가 한국성을 대변하는 분위기이다. 최근 한동안 ‘코리아 팝’이라며 미국중심의 60년대 사조가 한국에 뒤늦게 자리 잡아 돌풍을 일으키더니, 최근 그 역풍으로 단색화가 한국 고유의 정체성으로 무려 40여 년만에 기지개를 켰다.(종종 40이라는 기간은 그 ‘사조'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드러나곤 한다)

미국미술사 중심으로 세계를 휘감았던 팝아트와 그 후발 추상표현주의에 반하여 미니멀리즘이 피어오를 때 한국에선 팝아트를 건너뛰고 추상표현주의와 미니멀리즘이 받아들여졌고, 그 혼합형으로 진지하고 본질적인 그림그리기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기하학적 추상과 단색화가 80년대 한국을 풍미했다. 그리고 그 대표화가들은 내 학창시절 은사로 활동하시던 분들이다. 세계미술사에 기록될 듯한 이 분들에게 배웠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가.

 지난해 10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3100만홍콩달러에 낙찰되며 한국 현대미술 작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운 김환기의 ‘19-Ⅶ-71 #209’. /조선일보 DB
지난해 10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3100만홍콩달러에 낙찰되며 한국 현대미술 작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운 김환기의 ‘19-Ⅶ-71 #209’. /조선일보 DB
당시만 해도 단색화라기보다 추상화로 통했고 한편에서는 지나친 반복스타일에 대한 작가성의 부재라느니 상업성에 타협한다는 등의 비판도 따랐었다. 하지만 그분들은 모진 풍파를 거치고 이제는 역경의 시간을 머금은 고행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수행자’적인 대우를 받으며 단색화라는 사조를 잉태한 한국 미술의 대표주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들이 세계 미술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돈의 수치도 어마어마하다. 단적으로 지난 해 10월 서울 옥션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 화백의 단색화가 12억원에 팔리는 등 한국 현대미술에서 최고가 대우를 받았다.

8-90년대 백남준 선생을 시조로 비디오 아트와 같은 현대 미술이 독창적인 신개념 미술로 각광받을 때조차 구도자처럼 무한 반복 패턴으로 흔들림 없이 캔버스를 채워갔던 단색화가들은 40년이 지나 한국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을 대중들은 알았을까?

“언젠가 나를 인정할 것이다”라는 확신조차 피력하지 않은 채 그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이들이 바로 김환기, 김창렬, 박서보, 곽인식, 하종현, 김춘수 등 한국의 단색화가들인 것이다.

[한젬마의 미술포차] 단색화, 그 끝없는 정진의 침묵이 터지다
◆화가 한젬마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EBS 우리 미술 바로보기(1999), MBC 문화사색(2007) 등 다수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림 읽어주는 여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현재는 ‘인터미디언’이라는 타이틀로 작가와 기업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KOTR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그림 읽어주는 여자’ ‘그림 엄마’ 등이 있다.

 

 
기사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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