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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3-18 16:49
20160316 조선비즈 [한젬마의 미술포차] 미술이 어렵다? 돈 주고 산다고 생각하고 보라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34  

“요즘 그림 잘 모르겠어요. 이게 그림인가 싶을 때도 있고요. 제목을 들여다보면 ‘무제(untitled)’ 라고 해요. 너무한 거 아닌가요? 그래서 주로 도슨트 해설이 있는 전시를 보러 다녀요. 또 요즘 예술가들은 왜 그렇게 예명을 쓰나요? 하나같이 영어 이름이고요. 게다가 예술가가 너무 돈 따지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 제작 시간도 얼마 안 걸린 것 같은 작품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건 거품 아닌가요? 너무 어렵고 비싸요. 이해하기 힘들어요. 미술. 어떻게 하면 쉽고 만만해질 수 있는 거죠?”

일반인들은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사실 질문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관심 있는 이들이고, 대부분은 질문조차 꺼린다. 미술이라는 동네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이다. 미술계와 일반 대중들의 접경 지대에서 활동하는 나는 이런 분들의 볼멘 소리를 접할 일이 많다. 고민 끝에 내가 주로 권하는 미술 동네 마스터 법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아트 페어를 방문하라.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크고 작은 아트 페어만 전국적으로 55여 개 정도였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아트 페어는 한마디로 그림 잔치라고 할 수 있다. 미술 팝업 백화점이라고 봐도 된다. 여러 갤러리가 함께 모여서 다양한 미술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갤러리를 부티크 상점에 비유한다면, 아트 페어는 백화점인 셈이다.
갤러리를 부티크 상점에 비유한다면, 아트 페어는 백화점인 셈이다.
갤러리를 부티크 상점에 비유한다면, 아트 페어는 백화점인 셈이다. 어느 전시장에서 어느 전시를 봐야 할지 낯선 이들에게 한자리에서 현시점에 볼 수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폭넓게 만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다.

국제 페어의 경우 해외 작품을 접할 수 있고, 근대의 명작들도 소소히 만날 수 있다. 3월 초 화랑미술제와 서울 컨템포러리 아트 페어가 막을 내렸고, 아시아 최고 아트 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이 가까운 나라 홍콩에서 3월 24일에서 26일까지 3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둘째, 작품 가격에 대해 문의하라. “어떤 그림이 좋은 건가요? 그림을 어떻게 관람해야 하나요?” 라고 묻는 이들에게 나는 주로 “그림 한 점 산다는 마음을 먹고 관람해보세요” 라고 답한다. 내 돈 주고 그림을 산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사람이 치밀해지는지 모른다. 그림과 밀착 소통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림은 사고 싶을 때 사도 된다. 다만, 그림을 볼때도 돈 주고 산다고 생각해야 그림과의 거리가 좁혀진다. 뭐든 돈을 내야 가치를 느끼게 되는 법이다.

셋째, 전시회에서 빠른 걸음으로 걸어라. 어쩌다 방문한 전시장에서 어떻게 봐야 할지 몰라하며 예의 주시 꼼꼼히 보다가는 지치고 질려버리게 마련이다. 빠르게 대충대충 훑어라. 어차피 꼼꼼히 봐도 기억 남는 작품 수는 3-4개를 넘기 힘들다. 가볍게 훑다가 내 시선을 잡는 작품만 챙겨보자. 자주 부담 없이 미술 산책을 다니는 것이 인생 풍류의 노하우다.

‘무제 ’라는 제목에도 화내지 말라. 사실 이 제목은 예술가들이 관람자에게 주는 무한 자유의 선물이다.
‘무제 ’라는 제목에도 화내지 말라. 사실 이 제목은 예술가들이 관람자에게 주는 무한 자유의 선물이다.
넷째,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미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술의 틀을 깨는데 있다. 특히 현대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내놓기 위해 생을 걸고 투쟁하며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들은 결코 즉각적인 소통과 이해를 원하지 않는다. 도통 이해되지 않고 낯설고 황당해 하기를 원하는 작품 앞에서, 쉽게 이해하는 것 자체가 모독인 것이다.

어차피 제공자도 이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니. 황당하게 경험하자. 대신 내가 생각지도 못했을 화두를 접하며 나의 상상과 사고를 자극시키는 감성 확장 촉진제로 받아들이자. ‘무제 ’라는 제목에도 화내지 말라. 사실 이 제목은 예술가들이 관람자에게 주는 무한 자유의 선물이다.

 서울 아트 가이드북
서울 아트 가이드북
다섯째. 미술 동네 지도를 들여다보자. ‘서울 아트 가이드북’이라는 잡지가 있다. 보통 전시장에 무료로 비치 되어 배포 중이다. 주요 미술 전시장 집산 구역을 지역 별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고, 매달 전시장 전시 소식도 안내한다.

일반인에게는 많은 정보가 도움 되지 않는다. 정확한 정보, 유용한 정보 내 맞춤형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내 속을 나도 모르겠는데 누가 그 속 맞춤형 전시를 제안해준단 말인가. 일단은 미술 동네 지도를 핸드폰에 사진으로 찍어두고 동네 전시장을 무작위로 챙겨 보면 어떨까 싶다.

발행처인 김달진 미술연구소(http://www.daljin.com)사이트에서 “색인-전시공간”을 클릭하면 서울서 제주까지 미술 전시장 밀집 지역의 분류 지도가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빠르게 대충대충 황당해하며 산책하고 가격도 문의하면서. 힐링에 초점을 두지 말고 충격에 초점을 두라. 사실 우리는 창의적 황당, 충격 상상의 계기를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한젬마의 미술포차] 미술이 어렵다? 돈 주고 산다고 생각하고 보라
◆화가 한젬마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EBS 우리 미술 바로보기(1999), MBC 문화사색(2007) 등 다수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림 읽어주는 여자’라는 별칭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현재는 ‘인터미디언’이라는 타이틀로 작가와 기업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못이나 경첩 등을 소재로 ‘연결하는 인간’이라는 작가적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탐구 중이다. 호서대학교 문화기획과 전임교수이며, 코트라의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도 활동 하고 있다. 저서로 ‘그림 읽어주는 여자’, ‘그림 엄마’ 등이 있다.
 
기사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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